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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물/이야기

[펌/유일한 공포소설] 무전여행


출처 : http://cospiter.hosting.paran.com/zbxe/horror


무전여행

믿을 수 없다면, 믿지마.
하지만, 이건 정말 있었던 일이야....





휴...
아직도 가끔씩 그 무시무시했던 모습이 떠올라 잠을 못 이루곤 한다.
그래도 너희들도 자세한 얘기는 잘 모를거야.
대학생 때 전국 무전 여행때 겪은 일..
1학년 겨울 방학때였으니, 벌써 10년이 된 이야기 구나..
하지만, 아직도 가끔 그때의 악몽에 시달리고 있어. 
너도 나도 유럽배낭 여행이라고 떠날 때, 나는 우선 우리나라 전국을 돌아다
니고 싶었어. 그것도 구시대의 낭만이라는 무전 여행으로.. 
우리나라를 먼저 속속들이 알고 외국으로 나가는 것이 순서일 것 같아서...
그래서 마음 맞는 과 친구 두 놈과 무작정 여행을 떠났어.
우리는 한 사람당 비상금 5만원씩만 들고 무모한 겨울 여행을 떠났어. 모자라
는 돈은 막일이라도 해서 벌어채우자면서.
시작은 즐거웠고, 자신에 찼지..
그때는 몰랐어, 얼마나 어리석고 악몽같은 여행이 될지는...
유럽 배낭 여행에는 기차를 이용한다면, 우리 나라 전역을 돌아다니는데는 시
외버스라는 훌륭한 교통수단이 있어. 
니네들이 유레일 패스로 유럽을 횡단할 때, 나는 시외버스 시간표 책을 가지
고 계획을 짜서 전국을 돌아다녔어. 왠만한 동네도 시외버스를 타고 들어갈 
수 있었거든.. 어쩔 때는 지나가는 차 얻어 타기도 했어.
며칠을 그런 식으로 다니니 완전히 거지꼴 다되었더라. 
아무 재주도 없는 우리들이 완전 타향에서 돈을 번다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어. 그것도 하루, 이틀 일하고 떠난다고 하니 누가 우리에게 일을 맡기
겠니? 더구나 겨울이어서 농촌에 일도 없더라.
그때는 무슨 깡으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여하튼 돈 벌려고 했지만, 일이 없는거야.
간신히 얻은 하루벌이가 바로 시체 염하는 일이었어. 벌이는 짭짤했지만 할 
일은 안돼더라. 무섭기도 하고.. 하루일치고는 생각보다 많은 돈을 받았지만, 
그 찝찝한 기분을 잊으려고 술마시다가 하루밤에 그 돈을 다썼지.
그런 식으로 여행을 했어.
서해부터 돌다가 한 열흘쯤 지났을까..
어느새 돈은 다 떨어지고, 글자 그대로 빌어먹는 여행을 시작했어.
처음에는 흥미 있는 고생이었지만, 시간이 지나갈수록 힘든 고행이 되었어. 
춥고, 배고프고, 잘때도 없고...
며칠이 지나자, 우리는 지칠대로 지쳤고 겨울이라 잠자리도 마땅치 않아 결국 
지리산까지 도착했다가 서울로 돌아가기로 결정했어.
그때 우리는 지리산 구석의 어느 작은 산마을에 있었어.
우선 서울로 가는 버스가 있는 곳으로 나와야 했지. 우리는 그 마을에서 일 
도와주고 받은 몇 푼으로 겨우 버스비를 마련했어..
우리는 피곤한 몸을 버스에 싣고, 이 고생에서 벗어나 한시라도 빨리 집에 도
착하길 바랬어. 추위에 떨다 따뜻한 버스에 타니 비포장도로 위를 달리는 흔
들림에도 노곤함을 느끼고, 잠이 들었어.
얼만큼 잤는지, 두런거리는 소리에 눈을 떠서 버스 밖을 내다보니, 읍내가 아
닌 더 깊은 산속이었어.
주위는 어두컴컴해지려고 했고, 우리를 제외하고 두세명 밖에 되지 않던 승객
들도 다 내리는 거야.
버스 기사 아저씨에게 물어보니, 난생처음 들어본 전라북도 산골 마을이래. 
우리가 자던 사이에 읍내를 거쳐 엉뚱한 곳으로 와버린 거야.
이 버스는 막차이며, 더 깊은 마을에 들어가 하룻밤을 지내고 나온다는 거야. 
황당하더라고.. 우리는 거기서 내리기로 했어.
밤이 되기 전에 일 도와줄 곳을 구해, 하룻밤 지낼 곳과 나오는 버스비를 구
하기로 했지. 하지만,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 우리는 생각을 잘못했다는 것을 
느꼈어.
살을 에는 듯한 산바람이 불어오고, 온톤 사방은 산밖에 보이지 않는 거야. 
시간은 5시도 안되었는데, 벌써 해는 지고 있었고.
먼저 내린 사람들을 따라갈 생각을 했지만, 어느새 그 사람들은 모두 어디론
가 사라진 거야. 버스는 우리를 내려놓자마자 도망치듯 떠났어.
우리는 떠나간 버스 뒤에 대고, 우리를 태우고 가라고 소리쳤지만 버스는 먼
지를 풍기며 언덕너머로 사라졌어.
정말 막막하더라.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사람사는 집이 보이질 않는 거야.
여기서 내리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근처에 분명히 사람 사는 곳이 있다는 얘
기인데, 눈에 띠는 것은 정말 음침한 산 뿐이었어. 우리는 어찌할 바를 몰랐
어. 길 주위를 둘러보다 보니, 산쪽으로 난 오솔길이 보이더라고. 
방법이 없잖아? 그래서 우리는 무작정 그 길을 따라 올라가기 시작했어. 길이 
있다는 것은 사람이 다닌다는 것이라며 스스로를 위안하며 오솔길을 따라 올
라갔지.
앙상한 나뭇가지이며, 길 주변의 괴기하게 생긴 나무들과 바위들을 보니 괜히 
으시시해 지더라. 한참을 걸어도 인적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었어. 오히려 
산 속 깊이 들어와 가딱하면 길을 잊어버릴 것 같더라고.
그렇게 한참을 걸어도 아무 것도 나오지 않은니까 덜컥 겁이 나더라.
이게 마을로 들어가는 길이 아니라, 산으로 올라가는 길이면 어떡하냐 라는 
생각이 들었어. 해는 어느새 산너머로 사라졌고, 추위는 참을 수 없을 정도였
어. 배도 고프고.. 정말 답답하더라.
손과 발, 얼굴 할 것 없이 얼어서 감각이 없어진 것 같았어.
그렇다고 쉴 형편도 되지 않아, 마냥 걸었어. 이제와서 돌아올 형편도 되지 
않았거든. 우리 모두 겁이 나는지 말도 않고 묵묵히 그냥 걸어갔어. 사실 말
할 힘도 없을정도로 지쳤거든..
그러다 길 저쪽 편이 불빛이 보이는 거야.
얼마나 반갑던지..
우리는 지친 것도 잊고, 그 집을 향해 앞다투어 뛰어 올라갔어.
가까이 다가가 보니, 아직도 이런 집이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작은 초
가집이었어. 그래도 우리는 개의치 않고, 뻔뻔스럽게 그 불빛이 새어나오는 
집 마당까지 들어가 주인을 찾았어.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나는 그 집에서 
뭔가 불길한 느낌과 냄새를 느꼈지만 신경쓰지 않았던 것 같아.
단지 배고프고 춥다는 일차원적인 생각뿐이었으니까..
몇번을 불러도 방안에서는 대답이 없었어. 분명히 불은 켜져 있는데. 좀 이상
했어. 그냥 문을 열고 들어갈까 망설이고 있는데, '끼이익'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어.
문을 열고 나온 사람을 보고, 우리는 순간적으로 움칫했어.
우리나이 또래의 건장한 체구의 사내가 나타난 거야.
그런데 그 얼굴을 보니, 무슨 정신 장애자처럼 초점없는 눈에 멍한 모습을 하
고 있었어. 정말 어디에 이상이 있는지 우리를 멍하니 보고만 있었어. 몇번을 
얘기를 건네봐도 그 쾡한 눈으로 우리를 보고만 있는 거야. 괜히 으시시해지
더라. 난감해 하는데, 그 사람 뒤로 '손님 오셨네'라는 여자 목소리가 들렸어.
목소리의 주인공은 한 마흔정도 되 보이는 아줌마였어.
첫인상이 아주 친절해 보여, 마음이 놓이더라.
우리는 우리 사정을 얘기해주고, 지금 배고프고 잘 곳도 없으니 그것만 해결
해주면 어떤 일이라도 도와드리겠다고 했어. 그 아줌마는 좀 생각하는 것 같
더라. 하긴 그 외진 곳에 여자 혼자서 난생 처음 본 남자 3사람을 재워준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 
'우리집에는 할 일이 없는데...'라며 한참을 뜸을 들이던 그 아줌마는 우리들 
거지꼴이 불쌍해 보였는지 허락했어.
대신 한가지 일만 도와달라고 하더라고..
우리는 저녁을 주고, 재워준다는 말에 정말 모든 일이 해결된 기분이었어. 추
운데 방에 들어와 몸 좀 녹이라는 아줌마의 얘기에 우리는 방으로 들어갔어. 
방에 들어가다가, 우리는 한번 더 흠짓 놀랐어.
거기에는 아까 문앞에서 본 남자와 비슷한 증상으로 보이는 10살 또래의 남
자애가 벽에 기댄체 멍하니 앉아있었어. 그 애 역시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
었고, 입에서는 침이 흐르고 있었어. 아줌마는 우리가 놀라는 것을 눈치챘는
지, 한숨을 내쉬면서 푸념조로 얘기하더라. 

"우리 큰 애와 둘째 애에요. 
내가 전생에 무슨 큰 죄를 저질렀는지 다들 태어날 때부터이래요..
휴..."

그 얘기를 들으니, 우리는 그 아줌마가 불쌍해 보였어.
아줌마는 잠시만 기다리라며, 밥을 차리러 부엌에 갔어. 
따뜻한 방에 들어와 앉아있으려니, 몸이 노곤해지면서 졸음이 쏟아지더라고.. 
구수한 밥짓는 냄새까지 나니, 배는 고팠지만 피곤해서였는지 우리모두는 꾸
벅꾸벅 졸았어.
그러다가 귀청이 찢어지는 것 같은 괴성에 졸음이 확 깼어.
아줌마의 둘째라는 애가 갑자기 소리를 질러대는 거야.
우리는 놀라서 그 애를 봤어.
좀전까지도 멍하니 있던 그 애는 갑자기 무슨 일이 있었는지, 공포에 질린 눈
을 하며 발광을 하며 소리를 질러대는 거야.

"가.....가............가!!가.........가..........가!!!"

밥짓던 아줌마가 부엌에서 뛰어나와 애를 붙잡았어.
그런데 원래 그렇게 다루는지, 그 발작하는 애를 사정없이 때리는 거야.
보기에 섬뜩할 정도로 개패듯이 그 애를 때리는 거야.
그 때 아줌마의 얼굴은 조금전의 친절한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무시무시하고 
끔찍해 보였어. 그 발작하는 애는 계속 소리를 지르다가, 아줌마에게 뭇매를 
맏더니 금새 조용해지는 거야.
아줌마는 그제서야 우리가 이상한 눈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는지, 겸연
쩍은 목소리로 변명하듯이 얘기했어.

"얘가 손님만 오면, 이렇게 생난리를 쳐요.
가만 두었다간 도저히 안되서, 이런 식으로 버릇을 가르키고 있지요.
휴..."

그 말과 함께, 소름끼칠 정도로 무서운 눈으로 둘째를 쏘아보고는 다시 부엌
으로 들어갔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지만, 우리는 그 일로 잠이 확달아 났어. 
부엌에 들어간 아줌마는 우리가 도망갔을까봐 걱정했던 것처럼 금새 상을 차
려왔어. 다 쓰러져가는 산속 초갓집의 밥상치고는 푸짐했어.
특히 정체를 알 수 없는 구운 고기는 한상 가득히 나왔어. 아줌마 말로는 동
네 주민이 가져다준 맷돼지 고기라는 거야. 더구나, 원래 가지고 있던 것인지 
곡주라며 술까지 내왔어. 배고팠던 우리는 정말 허겁지겁 밥과 고기를 먹어치
웠어. 고기는 시커먼 색깔과는 달리 연하고 맛있었어.
우리는 며칠 굶은 사람처럼 배터지게 먹었어. 아줌마는 그렇게 밥을 먹는 우
리를 보고 안쓰럽다는 듯이 얘기했어.

"아이고... 젊은 장정들이 얼마나 배고팠으면..
많이들 먹어요.
실컷 먹고, 한 가지 일만 해주면 되요."

우리는 아줌마가 무슨 말을 해도 신경도 안쓰고 밥먹는데만 집중했어.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걸신들린 사람들처럼 먹어 치운거야.
피곤하고, 빈속에 술까지 마셨더니 금방 알딸딸하고 취기도 느껴졌어.
그 술은 입에서는 달았지만, 생각보다는 독하더라고.
술이 들어가니, 우리는 그 동안 고생한 것을 잊은 듯이 웃으며 떠들기 시작했
어. 아줌마도 맛있게 식사하는 우리들도 기분좋게 보고 있었지.
그런데, 나는 밥을 먹다가 이상한 시선이 느껴졌어.
돌아보니, 역시 정박아라는 첫째가 우리를 이상야릇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
는 거야. 아까 볼때는 아무 감정 없는 멍한 눈빛이었는데, 지금은 우리를 왠
지 불쌍하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는 거야.
괜히 기분이 찝찝해지더라..
모자란 애니 그러려니 하고, 남은 밥을 다 먹어치웠어. 배에 뭔가가 들어가니, 
좀 정신이 들더라. 그리고 나서, 방을 살펴보니 정말 사람 사는 곳 같지도 않
았어. 무슨 버려진 집 같더라고..
아줌마는 우리가 더 이상 먹지 못하는 것을 확인하고, 밥상을 치웠어. 
우리가 식구들은 식사를 안 하느냐고 묻자, 벌써 먹었다고 했어.
밥도 얻어먹었으니, 빨리 일을 돕자며 아줌마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어봤어. 
솔직히 그때는 빨리 일하고 들어와 그 맛있는 술을 더 마실 생각도 했어. 
미친놈.. 
아줌마는 미안하다는 듯이 대답했어.

"별일 아니라우...
여자 혼자 살림을 꾸리려니, 힘쓰는 일을 못해서.
사실 안 해줘도 되는데...
정 도와주고 싶다면 일로 따라와요."

아줌마를 따라 우리는 창고로 갔어.
거기에서 아줌마는 우리에게 곡갱이와 삽을 하나씩 주고는, 검은 비닐에 쌓인 
무언가를 보여주며 얘기했어.

"다른 게 아니라, 우리 집에서 키우던 고양이 한 마리가 죽었거든..
묻어줘야 하는데, 땅도 얼고 내 힘으로는 도저히 안 되서
여기 창고에 그냥 놨두었어.
그러니 장정들이 이것 좀 묻어주어.."

생각보다 쉬운 일이었어. 그런데 어디다 묻냐는 질문에 아줌마는 미안한 듯이 
대답하더라고..

"그런데.. 아무리 같이 지내던 짐승이라도 집 근처에 묻긴 좀 그렇다우..
그러니, 수고스럽더래도, 산 위로 좀 올라가 묻어줘요..
자, 여기 후레쉬들고 가고.."

밖에 날씨를 생각하니, 좀 고생할 것 같았다. 하지만 적당히 취기도 돌고 해
서 생각보다 춥지는 않았다. 또, 우리가 대접받은 것을 생각해보니 그 정도는 
도와줘야 할 것 같았어. 곡갱이와 삽들은 두 친구들이 들고, 나는 고양이 시
체가 들었다는 검은 비닐 봉지를 들었어.
좀 큰 고양이 였는지, 묵직하더라고..
아줌마는 마당까지 쫓아나와 산쪽으로 난 길을 가르쳐 주었어. 

"추우니 한 10분만 올라가서, 금방 묻고 오세요.
술상봐 놓고 기다릴테니...
수고해요..."

우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씩씩하게 길을 나섰어.
적당히 취기도 올라서인지, 짐을 들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산에 올라가는 것
이 수월했어. 술기운 때문인지, 사방이 깜깜하고 별빛마저 제대로 보이지 않
는 밤이었는데도 그렇게 무섭지 않더라고.. 
한 5분 쯤 올라갔나..
하지만, 같이 간 친구 중에 몸이 좀 약한 원종이가 힘들다면 그만가자고 하는 
거야. 이쯤에 대충 묻고 돌아가도 아줌마는 모를 거 아나냐는 것이었어. 우리
는 서로를 돌아보고, 잠시 망설이다가 그러기로 했어.
그렇게 우리에게 잘 대해준 아줌마에게 미안하긴 했지만, 10분이나 5분 별 차
이 없을 것 같았어. 우리는 길옆에 약간의 평지를 찾아 곡갱이 질을 시작했
어. 나는 속으로 겨울이라 땅이 얼어 파지지 않으면, 그 고양이 시체를 대충 
어디다 버릴 생각도 했지만, 땅은 겨울 땅같지 않고 신기할 정도로 
잘 파졌어. 세 명이서 삽질과 곡갱이 질을 5분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 깊숙한 
구덩이를 팠어. 일이 일찍 끝나 기분이 좋더라고.
잠시 주위에 걸터앉아 쉬고 있는데, 가져온 고양이 시체를 싼 비닐 봉지가 눈
에 띠더라고. 그런데 좀 모양이 이상했어.
후레쉬를 비춰서 자세히 보니, 그 봉지 모양이 안에 고양이가 들어있는 것 같
지 않아 보였어. 다들 좀 이상하게 생각했어.
나는 그 봉지를 들어올렸어. 
비닐 봉지에 쌓여있다고 하더라도, 시체를 만지기 싫어서 우리는 그냥 모양만 
살펴봤어. 그래도 담력이 좋다는 의중이가 나뭇가지로 그 비닐 봉지를 눌러봤
어. 눌러봐서는 모르겠는지 의중이도 고개를 갸웃거리더라고.
원종이는 무섭다며 그냥 묻고 내려가자는 거야.
하지만, 나는 호기심을 억제할 수 없었어. 그 봉지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꼭 
알고 내려가야 할 것 같았어.
그때 내가 왜 그랬는지 지금도 이해할 수 없어.
술기운 때문인지, 아니면 정말 뭐에 홀린건지 모르겠어...
여하튼 나와 원종이는 줄다리기하듯이 내려가자말자 하면서 다투었어.
그러다 나는 그 봉지를 만져봤어.
촉감이 뭉뚝한게 기분이 좋지 않았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안에 든 것이 고
양인지 아닌지 알 수 없더라고. 
내가 망설이고 있는 것이 바보같이 보였는지, 의중이가 나서서 봉지 위아래를 
만져가며 안에 있는 것이 뭔가 알아봤어.
그런데 갑자기 의중이의 얼굴이 이상해진는 거야.
잘 모르겠지만, 고양이는 확실히 아니라는 거야.
꼬리가 않 잡힌다는 거야.
그 얘기를 듣자 우리는 갑자기 겁이 나기 시작했어.
그 아줌마가 우리를 속이고 고양이가 아닌 뭔가를 묻게 한 거야.
갑자기 무서워지고, 더욱 추위가 느껴졌어.
그리고 그 때까지는 생각지도 않고 있었던, 주위의 암흑이 무서워졌어.
어둠 저편에서 뭔가 라도 튀어나올 것처럼 느껴지는 거야.
원종이는 거의 울 듯이 내려가자는 거야. 그때쯤 나도 내려가고 싶었어. 그런
데 이번에는 의중이가 말을 안 듣는 거야.
무언지 비닐 봉지를 열어보자는 거야.
원종이는 흥분해서 말렸지만, 의중이는 알지도 못하는 것을 그냥 묻고 갈 수
는 없다는 거야.
그러더니 말릴 틈도 없이, 그 검은 비닐 봉지를 확 뜯는 거야.
비닐 봉지가 ?겨지는 순간, 확하고 역한 악취가 풍겼어.
후레쉬를 비춰봤지만, 무슨 지저분한 천에 쌓여있어서 뭔지 알 수 없었어. 좀 
망설이던 의중이는 장갑낀 손으로 그 천을 벗기기 시작했어.
나도 모르게 덜덜 떨리더라. 계속 내려가자고 칭얼대던 원종이도 그때는 아무
말 않고 있었어.
정말 죽음같은 침묵속에, 천을 벗기는 소리만 났어.
의중이가 천을 벋기자, 우리는 '억!'하는 외마디 비명소리와 함께 뒷걸음질 쳤
어.
그것을 보는 순간, 나는 온 몸이 소름이 쫙 끼치는 것이 느껴졌어.
천에 쌓여있던 것은 다름아닌 반쯤 썩은 갓난 아기의 시체였어.
누가 그랬는지, 가슴에는 깊고 날카로운 칼자국이 있었고, 얼굴과 못 알아볼 
정도로 썩어 문드리져 있고, 몇군데는 살점을 도려냈는지, 살이 없었어.
얼마나 끔찍하던지..
우리 모두는 충격과 두려움으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어. 
정신이 들자, 나는 본능적으로 거기서 도망치고 싶어졌어.
원종이도 그런 눈치인지 슬금슬금 뒤로 물러가더라.
그 아기 시체를 그대로 놓고, 우리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없이 도망치기 시작
했어. 그냥 있다간 무슨 일을 당할 것 같았어. 정신없이 내려가는데, 의중이가 
맨 앞에 달려가던 나의 뒷덜미를 낚아채는 거야.
그러더니 숨차 헉헉대는 원종이와 나에게 황당한 얘기를 하는 거야.

"야! 다시 올라가자"

우리는 그 한마디를 듣고 의중이가 미친 줄 알았어.
아무리 담력이 좋다하더라도 거기에 다시 가자니...
그런데 의중이는 우리의 그런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았어.

"생각해 봐라.
그 상태로 아기 시체를 거기다 버려놨다가, 나중에 발견되면
우리는 살인죄 및 시체 유기죄야.
거기에는 도구에 우리 지문이 다 묻어있잖아.
그러니 정신차리고 다시 올라가서 뒷정리 해야되.
알았어!"

듣고보니, 그 말이 맞았어. 하지만 다시 올라가기는 죽기보다 싫었어.
원종이는 거의 사색이 되었어. 그렇지만, 그 놈도 의중이 말이 옳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바들바들 떨면서 의중이 뒤를 따라갔어.
의중이는 겁도 안 나는지, 아무렇지도 않게 앞장섰어.
그 자리에 돌아와 손전등을 비춰보니, 그 아기 시체는 마치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어. 우리가 버려둔 그 상태로...
그 모습을 다시 보니, 정말 무섭더라..
식은땀이 흐르고, 잘 움직일 수도 없는 거야.
의중이의 보챔에 떨리는 손으로 삽을 들었어. 
빨리 묻지 않으면, 그 아이가 살아날 것 같은 생각도 들더라.
하지만, 손이 너무 떨려 흙을 제대로 풀 수가 없더라.
그런데, 의중이가 "잠깐!" 하더니, 그 아기 시체에 손전등을 가까이 비춰되는 
거야. 그러더니, 탐욕스러운 눈으로 우리를 돌아보더니 말하는 거야.

"야, 여기에 두꺼운 금반지 있다.
돌반지인가 봐..
돈 좀 되겠는걸..."

나는 그 얘기를 듣고 미치는 것 같았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 시체에 있
는 금반지를 탐내다니.. 
손전등에 비친 의중이는 제정신인 것 같지 않았어.
내가 미쳤냐고 소리를 질렀지만, 의중이는 오히려 나를 핀잔했어.

"야 임마, 생각해봐!
너 무슨 돈으로 집에 갈래?
이거라도 있어야 차 타고 집에 갈거 아냐!"

그러면서 광기어린 얼굴로 반쯤 썩은 아기 손에 있는 반지를 빼려하는거야. 
나와 원종이는 그 끔찍한 광경을 보고 할말을 잃었어.
썩어서 손가락이 커졌는지, 반지가 잘 빠지지 않는거야.
우리는 의중이에게 그만 포기하고 가자고 소리를 질러댔지만, 의중이는 광기
어린 눈빛을 빛내며 반지 낀 손가락에 힘을 더 주는거야.
얼마나 힘을 주는지, 얼굴이 일그러지더라.
그런 의중이의 얼굴은 내가 알고 있던 친구가 아닌 악귀처럼 보이더라.
그때였어.
'퍽'하는 소리와 함께, 반지 ?려고 힘을 주던 의중이가 뒤로 벌러덩 자빠지는 
거야. 뒤로 자빠진 의중이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하고 있다가 자기가 손에 들
고 있는 것을 봤어.
그 순간 의중이도, 그걸 본 우리도, 큰 충격을 받았어.
의중이 손에는 그 아기의 손가락이 들려있는 거야.
반지를 뺀다고 힘을 주다가, 썩은 손가락을 반지껴져 있는 채로 뽑은 것이지.
의중이도 자기 손에 들려 있는 썩은 손가락을 보고 놀랐는지, 땅바닥에 내뎐
졌어. 우리는 너무 큰 충격에 잠시 멍하니 있었어.
그때 원종이가 '어억!'하고 비명을 질러대는 거야.
원종이 쪽을 돌아다보니, 뭔가 무서운 것을 봤는지 온통 겁에 질린 얼굴이었
어. 원종이는 말은 못하고 떨리는 손가락만 저쪽을 향하는 거야.
우리는 원종이가 가르키는 쪽을 후레쉬와 함께 돌아봤어.
고개를 돌리는 순간, 심장이 멎는 줄 알았어.
거기에는 그 아줌마가 소름끼치는 표정을 하고 우리는 노려보고 있는 거야. 
손전등에 비친 그 아줌마의 얼굴은 사람의 얼굴이 아닌 귀신의 얼굴 같았어.
그 아줌마는 기분나쁜 목소리로 우리를 보고 얘기했어.

"그걸 그냥 두고 가려고?
그렇게는 못 보내....."

그 얘기를 듣고 얼마나 무섭던지.
나는 속으로 여기서 빨리 도망가야돼라고 생각했지만, 몸이 말이 안듣더라고.. 
원종이는 말도 못하고 덜덜 떨고 있었고, 의중이는 넘어진 채 몸도 일으키지 
못하고 있었어.
그 아줌마는 천천히 우리에게 다가왔어.

"밥만 먹고 그냥 가려고?
그럼 안되지..."

음산하게 얘기하는 아줌마는 정말 이 세상 사람같지 않았어.
그런데 내 발은 땅에 박힌 것처럼 움직여지지 않았어.
그러다 갑자기 옆에 있던 원종이가 미친 듯이 도망가기 시작했어. 나도 그와 
동시에 최면에 풀린 것처럼 원종이를 따라 도망치기 시작했어.
뒤를 돌아봤다간 그 아줌마가 잡을 것 같아, 정말 뒤도 안돌아보고 도망쳤어. 
그런데 바로 등뒤에서 그 아줌마의 목소리가 들리는 거야.

"어딜 가!
그냥 못 보내줘!!!"

소름이 쫙 끼치며, 죽어라 달리기 시작했어.
앞이 안 보이고, 온 몸이 나뭇가지에 ?히는 것도 게의치 않았어.
단지 그때 생각으로는 거기서 벗어나는 것밖에 없었어.
넘어지고, 숨이 차서 허파가 터질 것 같아도 멈출 수 없었어.
멈추면, 그 아줌마에게 잡힐 것 같았어.
올라왔던 길로 한참을 뛰다보니, 어느새 버스가 다니던 길까지 나오게 되었
어. 앞에 뛰어가던 원종이는 이제 더 이상 뛸 수 없는지, 앞에 서더라. 나도 
원종이 옆에 서서 가쁜 숨을 몰아셨어.
너무 힘들어 토할 것 같더라고.
뒤를 돌아보니, 그 아줌마가 쫓아오는 것 같지는 않았어.
그런데. 의중이가 없는 거야.
같이 도망쳐 왔는데, 의중이가 없어진 거야. 
나와 원종이는 사색이 되어서 어찌할 바를 몰랐어.
솔직히 그때는 억만금을 준다해도 산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어.
비겁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때 우리는 도저히 못 올라가겠더라. 처
음에는 곧 의중이도 내려오겠지라고 했지만, 한참을 기다려도 의중이는 내려
올 생각도 하지 않았어.
결국 우리는 의중이가 그 아줌마에게 잡힌 걸로 생각했어.
하지만 그래도 의중이를 찾으러 갈 수는 없었어.
찾으러 간다 하더라도, 우리가 의중을 찾을 자신도 없었고..
그래서 겁쟁이 우리들은 어떡해서든지 경찰이라고 불러 가자고 했어.
그렇게 합리화를 시키고 나서, 버스가 왔던 길을 따라 밤새 걸었지.
그때는 생각도 하기 싫다.
얼마나 춥고, 힘들고, 무서웠는지...
한 3시간을 걸었을거야.
그러다 보니, 전화 있는 작은 가게가 나오더라.
곤히 자고 있는 주인을 간신히 급한 일이라며 간신히 깨워 인근 지서에 신고
했어. 경찰은 처음에는 우리가 술먹고 거짓말 하는 것으로 듣는거야, 그래도 
우리가 하도 난리치나까, 귀찮아 하던 경찰도 만약 허위신고라면 처벌 받을 
각오하라며 우리에게 오겠다는 거야. 
하지만, 실제로 경찰이 도착한 것은 거의 2시간이 지난 뒤였어.
경찰차에 탄 우리는 의중이를 찾아 그 초가집으로 향했어.
밤이어서 그런지 이상하게도 우리가 올라갔던 그 오솔길을 찾을 수 없는 거
야. 몇번을 그 길을 왔다갔다 해도 발견할 수 없었어.
급기야는 경찰들도 험학한 표정을 짓고 우리가 허위신고한 것 아닌가 하며 
의심하는 거야. 얼마나 헤맸는지, 동이 트더라.
좀 밝아지니까, 그 오솔길을 찾아냈어.
우리는 귀찮아하는 경찰들을 간신히 데리고 그 오솔길을 따라 올라갔어. 한참
을 걷다보니, 그 아줌마의 집이 보였어.
그 집이 보이자, 전날 밤의 참혹했던 악몽이 떠올라 몸이 저절로 부르르 떨리
더라..
그래도 경찰이 같이 있으니깐 좀 안심이 되었어.
경찰은 집 주인을 찾았어. 나는 그 아줌마가 도망갔으리라 생각했어.
그래서, 사라진 의중이라도 찾기릴 바랬지.
그런데, 경찰이 몇번 부르니, 그 아줌마가 어제의 그 친절한 얼굴을 하고 나
타나는 거야.
원종이는 떨리는 목소리로 얘기했어.

"저.... 여자예요... 저 여자...
어제 아기 시체를 파묻으라고 한게...."

그 아줌마는 경찰의 질문에 천역스럽게 얘기했어.
황당한 것은 우리를 처음 본 것이며, 어제 밤에는 아무 일도 없다는 거야. 우
리는 그 얘기에 충격을 받았어. 경찰은 우리를 한번 노려보고는, 정중하게 그 
아줌마에게 집안 좀 돌아봐도 되겠냐는 허락을 받고는 집을 돌아봤어.
그런데, 보이는 것은 어제밤에 본 그 정박아 형제뿐이었어.
의중이는 감쪽같이 사라진 거야.
우리는 경찰을 이끌고, 아기를 파묻으려 했던 곳으로 데려갔어.
마지 못해 하는 경찰과 그곳에 올라간 우리는 다시 한번 큰 충격을 받았어. 
거기는 깨끗이 치워져있는 거야.
경찰은 의심가득한 눈으로 우리를 노려봤어.
우리는 아니라고 항변했지만, 아줌마는 천연덕스럽게 우리를 보고 무슨 얘기
라며 웃는 거야. 그걸 보니 더 무섭더라고....
화가 난 경찰이 우리를 보며, 이제 그만 내려가자고 할 때였어.
그 초가집 앞에 의중이가 얼빠진 모습으로 서 있는 거야.
우리는 놀라 달려갔지.
그런데....
의중이는 하룻밤 사이에 완전히 정신이 나가버린 거야.
아무리 말해도 알아듣지 못하고, 눈은 무서운 것을 목격한 것처럼 겁에 질려 
있었어. 외모도 완전히 10년을 늙어 보였어.
그 모습을 보니, 어젯밤에 의중이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끔찍한 경험을 한 것 
같았어.
그냥 멍하니 서 있는 거야. 아줌마 두 정박아처럼 되어버린 거야.
경찰의 질문에 아줌마는 태연하게 대답했어.

"글쎄요.. 저 청년 어젯밤에 산속을 배회하고 있더라고요.
저렇게 얼이 빠져서...
가만 두면 얼어죽을 것 같아, 데리고 들어와 재웠는데, 아침에는
사라졌다 지금 나타났네요..
뉘 집 자식인지 불쌍하네요..."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이었어.
경찰도 이번에는 못 믿는 눈치였지만, 의중이도 찾았고 더 이상 수사할 명분
이 없어 그냥 내려가자고 했다.
우리는 그 아줌마가 두렵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어.
정신이 나간 의중이를 데리고 내려오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어.
죄책감, 부끄러움, 두려움....
휴.... 그 길로 의중이는 서울로 가서, 병원에 입원했어.
그리고 어떻게 되었는 줄 알아?
나중에 의심을 한 경찰이 다시 한번 그 초가집에 가서 철저히 
조사했대. 아니나 다를까 그 집 주변에서 갓난 아기 시체로 추정되는 유골을 
10구나 발견했대.
그 아줌마는 정신 이상자였어. 미친 살인마였다는 거야..
그래서, 아기들을 납치해 죽였던 거야. 그리고 아들이라고 얘기했던 두 사람
도 사실은 그 여자 자식들이 아니었대. 근처에 놀러왔던 실종된 사람들인데, 
무슨 끔찍한 경험을 했는지 다들 정신이 나간거야.
우리가 먹은 고기가 어쩌면 그 갓난아기들의 살이었을지도 모른다는 거야.
세상에...
의중이는....
얼마전에도 면회갔다 왔는데, 의사 말로는 변화가 없대.
정서적으로 극복할 수 없는 끔찍하고 무서운 경험을 했는지, 두려움을 참지 
못해 의식을 닫아버린 것이래..
이제 의중이가 할 수 있는 것은 단지 숨쉬는 것과 멍하는 앉아 있는 것밖에 
없는 거야.. 하지만 도대체 그날 밤 어떤 일이 있었길래, 의중이가 그렇게 되
었는지 영원히 밝혀지지 못하게 되었어. 
그 여자가 경찰 심문 중에 자살했거든...
그런데 그 여자가 자살하던 날 밤, 경찰서 청소부는 그 여자같이 생긴 사람이 
걸어나가는 것을 봤다는 얘기를 해서 난리가 났지. 결국 청소부가 헛것을 본 
것으로 판명 났지만, 나는 믿을 수 없어.
어쩌면 그 여자는 지금도 어디선가, 아이들을 납치해 그 끔찍한 행위를 자행
하고 있을지 몰라.
지금도.....

출처 : http://cospiter.hosting.paran.com/zbxe/horror